• 최종편집 2024-02-15(목)
 

입맛이 없을 때는 물만 말아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수 있는 발효음식이 제격이다. 건강하게 염분 섭취를 돕고 입맛을 돋우는 발효음식은 수천 년의 지혜가 집약된 우리 식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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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가을비가 쏟아지는 오후, 김영빈 요리연구가의 집을 찾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김영빈 요리연구가는 전통 발효음식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오며 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발효음식 전문가이다.


“입맛이 없거나 마땅한 반찬거리가 없을 때는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이 제 몫을 해내요. 맛있는 장아찌 하나면 반찬 걱정을 반으로 줄일 수 있거든요. 특히 가을철은 짭짤한 발효음식들이 좋은 계절이에요. 물론 만들 때는 조금 번거롭기도 해요. 하지만 1년 음식을 장만한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준비해 두면 언제라도 꺼내먹을 수 있는 훌륭한 밑반찬이 된답니다. 특히 바쁜 워킹맘이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임산부들에게 좋은 반찬거리죠.”



추억이 담긴 맛


발효음식은 염분을 조심한다는 전제하에 성인병 예방부터 노화 방지, 면역력 증가등의 효능을 가진 건강식품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우리 어머니들은 정성을 들여 장을 담그고 그 장으로 가족의 건강을 지켜냈다. 또한, 묵은 장에는 갖가지 채소를 박아 입맛 잃은 식구들에게 장아찌 반찬을 내놓기도 했다. 발효음식이야말로 수천 년의 지혜가 집약된 우리 식문화의 정수라 할 만하다.


“저는 어릴 적에 시골 마을에서 자랐어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하도 멀어서 여름철에 학교에 다녀오면 몸이 축 처지곤 했죠. 그러면 밥도 먹기 싫고 마냥 대청마루에 누워 있곤 했어요. 그런 날에는 엄마가 시원한 물에 밥을 말아서 그 위에 장아찌 한 점을 올려주셨어요. 그러면 밥이 절로 넘어갔지요. 발효음식에는 그런 어린 시절의 곰삭은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발효음식에 대한 추억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조리환경과 식문화는 계속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김영빈 요리연구가는 장독이 없는 집에서도 소량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발효음식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발효음식을 연구한 지 벌써 9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아파트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발효식품 레시피를 개발했어요. 그리고 발효음식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죠. 특히 서양 음식과의 조화가 훌륭해요. 치즈하고 김치가 잘 어울리고, 고추장과 토마토소스가 잘 어울리거든요. 그리고 새콤달콤한 장아찌가 피클보다 나을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곁들여서 조리해 주면 아이들도 발효음식을 무척 잘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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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패스트푸드


발효음식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발효음식은 씻고 말리고 절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조리가 간편한 패스트푸드에 밀려 선호도가 낮은 귀찮은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는 발효음식만 한 패스트푸드가 없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과정은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바로 꺼내서 먹을 수 있잖아요. 불에 익히는 조리법을 쓰지 않기 때문에 재료의 영양을 그대로 먹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절이는 과정에서 공해물질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친환경 식품이지요. 게다가 정해진 유통기한도 없으니 발효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스마트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어요.”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한 관심이 커진 요즘, 친환경 식품을 골라 사는 것도 좋지만,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건강해진 음식을 먹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발효음식은 재료를 씻고 절이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재료에 남아 있던 농약이나 중금속 등의 유해 성분들이 거의 사라지는 해독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효음식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에코푸드이기도 하다.

 

“발효음식은 국물 한 방울도 버릴 게 없어요. 고추장아찌의 간장소스로 만두를 찍어 먹으면 매콤한 맛이 일품이고, 깻잎된장박이의 묵은 된장은 구이용 소스로 사용돼요. 생선구이 할 때 발라주면 생선의 비린 맛이 사라지면서 향긋한 깻잎 향만 남거든요. 그리고 오디나 매실 효소는 갈아서 설탕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이러한 음식들에는 몸에 이로운 효소가 가득해서 건강에도 좋아요.”


그리고 발효음식은 제철에 난 싸고 좋은 식재료를 낭비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경제성도 뛰어나다. 그렇게 철마다 발효음식들을 한두 가지씩 만들어 두면, 반찬 걱정을 줄이고 가족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은 몇 달이건 먹을 수 있는 유용한 식품이에요. 서양의 어떤 음식에도 뒤지지 않죠. 우리의 전통 장과 김치와 장아찌 같은 발효음식들이 명맥을 잃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전해지고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오늘부터라도 발효음식을 가까이 해보세요. 보약 한 재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 거예요.”


포토그래퍼. 권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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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발효음식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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