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 일주일만 제대로 해도 2~3kg은 거뜬히 빠진다는데, 정말 효과적인 방법인 걸까? 국제미용항노화학회 부회장 김응석 의학박사와 함께 화제의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해 알아봤다.
지방을 먹는데 지방이 빠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음식 ‘삼겹살’이 갑자기 다이어트 음식이 됐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 때문. 이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지방은 될 수 있는 한 많이 먹는 식이요법이다.
실제로 본 다이어트 요법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식단을 살펴보면, 하루에 생선구이와 돼지고기는 물론 버터와 마요네즈 등 온갖 기름진 것을 섭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은 지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김응석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이 우리 몸의 에너지원과 큰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의 핵심은 ‘저탄수화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아지면서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때 발생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죠. 반대로 탄수화물에 비해 지방을 월등히 많이 섭취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바로 케톤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를 ‘케톤다이어트’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체내의 수분이 빠지면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인슐린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포도당이 아닌 지방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체중 감소에 따른 부작용 우려
사실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와 유사한 식단 다이어트법이 이슈화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름만 달랐을 뿐 ‘황제다이어트’, ‘앳킨스다이어트’ 등 저탄수화물 식단 위주 식이요법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극단적 식이요법으로 오랜 기간 효과를 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한국인의 식습관 성격상 지속 가능하기 힘든 데다, 다양한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부 다이어트 식단에서는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함으로 인해 포도당이 줄어들 경우 뇌까지 영향을 미쳐 자주 멍해지거나 피로감 등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미식거림, 변이 묽어지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동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예로부터 밥과 국수 등 탄수화물에 길들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1900년대 초만 해도 비만율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적습니다. 실제로 밀을 위주로 섭취하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를 시행했을 때 6개월에서 12개월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으나 그 이후에는 체중 변화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활환경이나 체질에 따라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도 다른 것이죠.”
이처럼 김 박사는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하기에 앞서 자신의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당지수 등을 생각하여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할 것.
흔히 밥이나 면, 빵만 탄수화물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식이섬유 역시 탄수화물의 종류이다. 지방 역시 마찬가지다. 견과류나 연어, 오리고기 등과 같은 불포화 지방 음식은 적절하게 섭취할 경우 효과적이다. 단,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칼로리를 적게 섭취할수록 살이 덜 찌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입니다. 이에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이 세 가지를 적당량으로 골고루 섭취하는 것은 기본이죠. 다이어트 팁을 드리자면, 음식을 구매할 때 성분표를 꼭 확인해 보세요. 특히 시중에 파는 수많은 식품에 포함된 액상과당은 포만감에 무뎌지게 만들며 지방을 빠르게 축적시킵니다. 이렇게 비만의 원인이 되는 성분만 피해도 어느 정도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다이어트의 정확한 왕도는 없다고 한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무작정 실천하기 전에 자신의 체질 및 식습관을 충분히 고려해 보고 이에 알맞은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자문. 김응석 박사
의학박사, 내과전문의
(前) 연세의대 임상 지도교수
포토그래퍼.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