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제주의 푸른 바다 빛을 닮은 가을 하늘, 드넓은 초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말들. 제주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 성이시돌 목장에 담겨있다. 이른 아침, 살짝 안개를 머금은 신비로운 성이시돌 목장의 풍경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참, 달콤한 시간이다.

 

 

널 만난 건 내게 행운이었어


제주의 푸른 바다 빛을 닮은 가을 하늘, 드넓은 초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말들. 제주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 성이시돌 목장에 담겨있다. 이른 아침, 살짝 안개를 머금은 신비로운 성이시돌 목장의 풍경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참, 달콤한 시간이다.


“제주 서쪽에서 한라산을 향해 가는 중간산길 어디쯤 그림 같은 세상이 펼쳐져 있단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맛볼 수 없는 아름다운 비경. 서둘러 휴대폰을 꾹꾹 눌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제주 가자…….’”


궁금한 건 잠시도 못 참고, 보고 싶은 건 당장 봐야만 하는, 덜렁거리면서도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 예쁘고 좋은 것에 흥분하고, 아름답고 슬픈 것에 금세 눈물을 뚝뚝 흘리는 다혈질 B형 여자. 그게 나다. 


그런 나에게 지금 당장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도 기본적 없는 섬 제주. 여행계획 리스트에는 늘 있었지만, 좀처럼 실천되지 않은 여행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제주에서 보고 싶은 것이 또렷해졌기 때문이다. 지체 없이 가장 오래된 벗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드디어 제주에 갈 때가 되었다고……



목장 비경 1. 왕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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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선선해진 제주 바람이 기분 좋게 볼을 어루만져 준다. 천천히 목장 길을 따라 걷는 중이다. 가을에 나타나는 풀벌레 녀석들이 벌써부터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저 멀리 얼룩소와 탐스러운 말들이 눈에 띈다. 드디어 그곳이다. 나를 흥분케 만들었던 그 풍경. 목장에 드리운 초원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초원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제주의 아담한 오름 두 개. 그리고 그사이에 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 있다.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아니 가슴이 터지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무 주변에는 한여름 동안 무성히 자란 풀들이 키가 커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치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을 방해하는 정글 숲이 있어, 반드시 헤쳐가야만 하듯, 그렇게 나무를 향해 돌진했다. 


나무는 마치 살던 곳을 버리고 새로운 곳, 낯선 세상에 서 있는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 한참 놀다가 뒤를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서 계시던 아빠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이지만, 넓은 초원 위에 홀로 모진 바람을 견디며 외롭게 서 있는 나무이지만, 오히려 내게 위로를 건넨다. 신비스러운 따스함이 온몸 가득 전해진다.

 

 

목장 비경 2. 테쉬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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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길을 따라 좀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그림 속을 걷듯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이 아름다운 풍경과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저 멀리서 나를 보았을 때, 마치 이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길은 걷다 갈림길에서 잠시 주춤거렸다. 주춤거리는 사이 눈에 들어온 신기한 집 한 채. 난생처음 보는 테쉬폰이었다. 당장에라도 꼬마 마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모습의 집. 그 안에는 마녀가 제조 중인 젊음을 되찾아주는 신비로운 액체가 물두멍 안에 들어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 속은 텅 비어있었다. 어쩌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이렇게 푸르른 자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내 모습, 내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파랗고 높은 하늘 아래 노란 집, 테쉬폰에는 자연스럽게 자란 넝쿨들과 죽은 듯 보이지만 어쩐지 테쉬폰과 어울리는 나무 한 그루가 성이시돌 목장과 어울려 환상의 그림을 연출한다. 나는 테쉬폰을 이리저리 뜯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겉에서 보고, 안에서 보고. 이 신기하고 요상한 건물에 내가 왔음을 알리고자, 누군가처럼 테쉬폰 안에 낙서 하나 남기고 싶은 생각을 꾹 참으며 말이다.

 

 

목장 비경 3. 제주 경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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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처럼 들리는 말들의 울음소리. 하지만 이 소리는 말들이 흥에 겨워 내는 소리임이 분명했다. 넓은 초원을 달리며 마음껏 뜀박질에 몰두한 말들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목장에는 이렇게 달리는 어른 말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어린 말들, 출산을 앞둔 씨암말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면 이렇게 가지각색의 말들이지만, 하나같이 모두 탐스러움을 지닌 제주의 경주마이다. 


이 말들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집을 가진 말일 것이다. 드넓은 초원이 모두 이 말들의 놀이터이다. 매일 이렇게 그림 같은 자연 속에서 뒹굴어서일까. 성이시돌 목장의 말들은 태고의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목장 말들의 힘찬 말발굽 소리에 잔잔했던 내 마음이 또 일렁인다. 바쁜 도시 생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내 모습.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뛰어가고 있었을까. 목장 말들은 무엇을 위해 뛰고 있을까. 물론 사람들은 그들을 경주시키기 위해 훈련했겠지만, 푸른 초원을 보고 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말들의 본능이 있지 않을까.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본능이 아닐까. 그리고 육지와 떨어진 섬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사람도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사람의 생각도 행동도 가장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Info. 성이시돌 목장

성이시돌 목장은 1954년 제주에 온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P.J.Macglinchey) 신부가 만든 목장이다. 금악마을에 위치한 이 목장의 이름은 스페인 농부 출신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맥그린치 신부는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드넓은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해 목장을 만들어 가난한 제주도민들에게 자립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현재 젖소, 한우, 경주마를 사육하고 있는 성이시돌 목장은 드넓은 초원 속 풍경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목장 입구에 있는 테쉬폰은 이라크에서 전해 내려오는 건축양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의 성이시돌 목장에서만 볼 수 있다. 


테쉬폰은 이국적인 전원의 아름다움과 제주의 풍광이 어울려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또한, 이시돌 목장 인근의 왕따나무는 초원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나무로 오름과 나무의 배치가 오묘하게 어울려서 지나가던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그 외에 삼뫼소 은총의 동산, 천주교금악교회, 글라라관상수녀원, 삼위일체 대성당 등은 천주교 성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포토그래퍼. 권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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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거닐며 사색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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