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 작년 8월에 발생한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해 마이클 잭슨도 죽음에 이르게 한 문제의 마취제이다. 그리고 방송인들의 잇따른 투약 혐의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마약 재활센터인 ‘가평중앙교육원’을 찾아 프로포폴 피해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그중 얼마 전까지 프로포폴에 중독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J씨로부터 죽음의 마취제, 프로포폴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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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수술, 마약중독, 자살 기도에 이르기까지 

 

지난 7월, 강남경찰서는 인근 주민으로부터 한 건의 제보를 받는다. 아파트 주차장의 차 안에 한 여성이 잠들어 있는데,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 여성의 옆에 주사기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차 안에서 잠들어 있던 여성은 경찰에 연행되었고, 이어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그녀는 심각한 프로포폴 중독자였다.


연행 당시 J씨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에 앞니는 부러지고 고막을 다쳐 오른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모두 프로포폴에 중독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입은 상처였다. 그리고 위와 장이 망가져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마음의 병이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은 삶에 대한 의지마저도 사라지게 했다


“사실 연행되던 당시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뭐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굉장히 혼미했거든요. 그 후 유치장에 2박 3일간 갇혀 있었어요. 그제야 현실을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잘됐다 싶었어요. ‘이렇게 나를 살려주는구나!’ 싶었지요. 기도도 하고 울어도 보고 자살 시도도 해봤지만, 프로포폴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었거든요.”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접한 프로포폴


야간업소에서 일하던 J씨가 처음으로 프로포폴을 접한 것은 3년 전, 얼굴을 관리하기 위해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를 찾으면서부터다. 그곳에서 리프팅이라는 보톡스 시술을 받으며 프로포폴 중독의 늪에 빠졌다.


“밖에서는 제법 주목받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야간업소 일을 하다 보니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보톡스 시술을 받게 됐어요. 그곳에서는 얼굴형을 잡아준다며 몇 밀리 간격으로 주사를 백 방 정도 놓더군요. 그래서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병원에서 수면마취를 추천해줬어요.”


프로포폴의 위험성도 전혀 알지 못한 채, 프로포폴을 접하게 된 J씨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프로포폴을 맞고 자고 나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고 고민과 걱정도 덜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경찰에 연행되기 전까지 프로포폴을 맞는데 무려 6억원이나 탕진했다. 그리고 가진 돈이 바닥나자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훔쳐서 달아나기에 이른다. J씨는 경찰에 연행된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 한다.


“프로포폴에 중독되니까 프로포폴 없이는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프로포폴을 맞고 나면 용기가 생기지만, 안 맞으면 갑자기 의지가 약해져요. 그렇게 의지가 약해지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면 반드시 자살 충동으로 이어져요. 그렇게 모든 게 점점 싫어지고 대인기피증에 걸리게 돼요. 혼자 있으면 외롭고 우울해서 죽을 거 같은데 누가 있으면 더 싫어요. 그 기분 모르실 거예요. 그런 증상이 굉장히 지독해요. 몸은 가눌 수도 없이 점점 망가져 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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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가득 채웠던 주삿바늘의 흔적이 사라져가듯,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J씨

 

 

 

평범한 삶이 꿈

 

J씨는 현재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에서 운영하는 가평중앙교육원에서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평중앙교육원은 청정 자연생활을 통해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하는 기관이다. NGO 개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치료비는 받지 않는다. 다만, 치료가 불가능한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는 입소가 불가하다.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렵고 사정이 딱한 이를 우선하여 입소시킨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게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어요. 게다가 저는 계단 오르는 것도 무리일 정도로 몸이 많이 망가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지금은 정말 많이 건강해졌어요. 매일 풀 뽑고, 하늘도 올려다보고, 새가 지저귀는 것도 듣고요. 나무의 초록색을 보면 눈도 맑아진다는 말이 있던데, 정말 사실인 거 같아요.”


J씨는 잡초가 무성한 불모지를 텃밭으로 일궜다. 그리고 그곳에 각종 채소를 심었다. J씨가 심은 채소는 푸른 줄기를 뻗어 그녀의 정성에 보답했다. 그렇게 그녀의 인생도 새로운 줄기를 뻗어가고 있다. 끝으로 그녀에게 프로포폴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중독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가 병원에 가기 전에 항상 스스로에게 다짐하던 게 있어요. ‘진짜 오늘 딱 한 번만! 한 번만 해야지’하는 거죠. 그런데 그 ‘딱 한 번만!’이 나를 죽이는 길이었어요. 제가 다른 분들에게 특별히 해드릴 말은 없고, 그냥 제가 겪었던 것만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삶이 너무 평범해서 싫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 평범하고 예쁘게 살고 싶어요. 진짜 살고 싶어요. 평범하게…….” 


포토그래퍼. 권오경 

촬영협조. 가평중앙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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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에 중독된 J씨가 털어놓은 충격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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