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현대의학으로도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는 질병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성피로와 불면증에서부터 각종 난치병까지. 그리고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완통합의학이 주목받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의 보완통합의학센터장인 최환석 교수를 만나 보완통합의학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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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통합의학’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의료선진국에서는 보완통합의학이 그 효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비록 시기적으로는 늦었지만, 우리 의학계도 보완통합의학을 현대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바로 이 사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가정의학과장이자 보완통합의학센터장인 최환석 교수가 있다.


“보완통합의학은 우리에게는 ‘대체의학’이라는 말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라는 것은 A를 B로 바꾼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존 의료를 부정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보다는 기존의 의학을 보완하고 보충한다는 의미의 ‘보완의학’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통합의학’이 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


이러한 보완통합의학은 식이·영양, 정신·신체기법, 생전자기장, 전통요법 및 민간요법, 약물 및 생리적 치료, 수지요법, 약초요법 등을 아우른다. 실험과 전통의학의 틀에 갇혀 은거하던 무영의 의술들이 고개를 들고 햇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보완통합의학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장약을 아무리 많이 처방해도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완통합의학을 빌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명상과 같은 긴장 완화법을 함께 시행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자율신경과 부교감신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위장병 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보완통합의학은 환자가 감기에 걸렸을 때 그 증상에 대한 약을 쓰기보다 감기를 이길 수 있는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에 주목합니다. 또한, 보완통합의학에서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동종요법입니다. 독사에 물렸을 경우, 그 독을 빼내는 게 아니라, 그 독을 수만 배 희석한 것을 환자에게 투여하여 독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죠.”


보완통합의학이 주목받는 것에는 건강과 병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도 크게 기인한다. 기존의 의학은 ‘건강한 것’과 ‘질병이 있는 것’으로 나누어 건강을 판단하는 경향이 컸으나, 이제는 그 중간의 회색 지대도 함께 보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현대인들에게는 질병 상태는 아니지만, 건강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몸을 정상으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위협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우리의 몸은 항상 정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항상성’이라고 하죠. 항상성은 생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알맞은 조건을 만들어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질병이 없더라도, 이 항상성 기능의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되고, 더 지나치게 되면, 질병의 상태로 옮겨가 ‘환자’라는 칭호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질병은 없으되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치유하는 데에도 보완통합의학은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병’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의학


현대인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항상성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심리적 질병, 두통이나 요통과 같은 만성통증, 그리고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질병들은 ‘병’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춰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관계를 함께 보아야 한다.


“불면증에 걸린 환자가 수면제나 안정제를 먹는 것은 일차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약에 의존할 수만은 없습니다. 불면증이 잠시 나아졌다가도, 언제 다시 또다시 재발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일상의 습관 속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각 질병마다 사용되는 보완통합요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명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상의 핵심은 집중과 몰입에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되는 일은 아니죠.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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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통합의학을 적용하고 선택할 때의 유의점


보완통합의학은 어느 정도까지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때, 중국의 기공사인 ‘엄신’이 기공 수련으로 암을 완치시킨다하여, ‘엄신의 항암기공’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어느새 수그러들었고, 다른 요법들이 그 자리를 메워갔다. 


“보완통합의학을 접할 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암 환자가 보완통합의학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힘든 암 치료의 피로를 덜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 병을 고치는 데 의료진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고친다는 생각을 가지자’라고 마음을 먹는 것이죠.”


“그렇게 하다가 예후가 좋을 시에 ‘암이 극복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그런데 많은 환자가 ‘이거 하면 암이 낫는다더라’부터 시작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보완통합의학은 ‘기적적인 것’이 되거나 ‘엉터리인 것’으로 변질되어 버리고 말죠.”


“보완통합의학은 인체의 ‘항상성’을 지켜주며, ‘병’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것에 핵심이 있습니다. 보완통합의학이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주는 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말기 암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이다. 그렇다 보니 그러한 마음을 악용한 비윤리적인 유사의료 행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보완통합의학과 사이비의학의 경계는 애매모호하고, 그 경계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보완통합의학을 접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선, 기존 의학을 경시하는 태도로 다가오는 보완통합의학은 주의해야 합니다. 효과를 호언장담하거나 만병통치와 같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경우에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해당 치료법이 임상 실험을 거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상실험 비용이 많이 들어, 실제 임상 실험 결과를 가지고 있는 보완통합의학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입소문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지만, 그렇더라도 실제 효과가 어떻게 검증되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정한 건강의 의미


‘질병’이 아닌 ‘사람’을 보고, 생명 경외사상을 바탕으로 환자를 대하려는 최 교수와 같은 신념 있는 의사들에 의해 국내 의료계는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보완통합의학이 국내에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지적한다.


“보완통합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은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의사 한 명이 많은 환자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부분을 고려하기가 어렵습니다. 보완통합의학이 제대로 적용되려면, 우선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와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건강’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영적 상태가 정상인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건강이란 단순히 신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건강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약 하나, 주사 한 대로 쉽게 지켜질 수 없는 것입니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죠.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금연과 절주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보완통합의학이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주는 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최 교수에게 긴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한 환자가 약을 거부하고 불안 증세가 강하니, 보완통합의학으로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보완통합의학의 모습입니다. 현대의학의 진료를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통합의학이 메워가는 것이죠. 보완통합의학은 의료기관과 우리의 일상 가운데 흔하고도 절묘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포토그래퍼. 권오경 

촬영협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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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통합의학의 오늘과 내일, 최환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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