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산부인과는 비인기 분야로 치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부인과는 분만이 아닌 비만과 피부, 여성 성형 등 수요가 높은 미용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분만과 불임클리닉 등 산부인과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한 산부인과도 있다. 부천 삼성미래 산부인과의 허걸 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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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예민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일까. 유독 산부인과는 다른 병원에 비해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그에 대해 삼성미래 산부인과, 허걸 원장은 산부인과의 문턱은 낮아야 한다고 말한다. 


“산모들은 물론 난임 부부들까지 산부인과에 아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내원이 망설여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난임 부부의 경우 조금만 노력하면 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데 병원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봤죠.”



불(不)임이 아니라 난(難)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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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 산부인과가 가장 주력하는 파트는 불임클리닉과 부인과 수술이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미용 분야에 비해 위험 부담이 크고 이윤도 낮지만 허걸 원장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를 이어준다는 데에 병원 경영 철학을 두고 전통적인 산부인과 진료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호르몬과 관련된 불임 파트는 한때 내과 의사를 꿈꿨던 허걸 원장이 가장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는 부부 중 불임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난임이에요. 그들은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임신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된 것이고, 충분히 자연임신이 가능해요. 또, 아니 ‘불’자를 쓰는 불임에 비해 난임은 ‘단지 어려울 뿐이지 노력하면 충분히 임신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주죠. 그래서 저는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난임이 의심된다면 병원부터


“부부가 정상적인 성생활(일주일에 1~2회)을 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과거에는 결혼 후 2년 이내에 임신이 안 되면 난임이라고 봤지만, 요즘은 그 기준이 1년으로 대폭 줄었어요. 초혼 연령이 늦어졌기 때문이죠. 여성의 가임 능력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30세 이후부터 임신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고, 40세가 넘으면 임신 가능 확률이 50퍼센트밖에 안 되죠.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어 병원에 오는 것을 꺼리고, 난임 또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난임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도 병원에 가기를 여성보다 더 꺼리는 편이다. 최근 정액 검사에 거부감 없이 응하는 젊은 남성들도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남성들은 자신의 신체가 건강하다고 믿는 성향이 여성보다 훨씬 더 확고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산부인과에 가는 것조차 자존심 상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남성들은 병원에 오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결혼 후 7, 8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오면 무정자증인 분들도 간혹 있죠.” 



난임을 이겨내려면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남자가 씨고 여자가 밭이라고 보았을 때, 난임의 원인이 밭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허걸 원장은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년 전 남성들에 비해 현재 남성들의 정자 수는 반에도 못 미친다. 담배와 음주, 회사에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환경 탓에 정자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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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회사원의 경우 오래 앉아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있을 때가 많은데, 이는 고환을 뜨겁게 해 정자 생산을 저하하므로 지양할 것을 권한다.


“사실 남자는 규칙적인 식사와 금연만 해도 정자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특히 금연이 정말 중요합니다. 담배는 리비도 분비를 막아 성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끊는 것이 좋죠. 여기에 적당한 운동과 잠자리만 꾸준히 해도 건강한 정자를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성의 난임 원인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배란이 원활하지 않을 때라고 한다. 실제로 생리 불순 탓에 난임을 겪는 여성들이 많으며, 심한 경우 1년에 한 번 배란하는 경우도 있다고. 허걸 원장은 이 같은 생리불순이 대체로 과체중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며, 체중을 3%만 줄여도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여성의 나이다. 


“여성은 되도록 빨리 임신을 하는 것이 좋아요. 서른다섯 살이 넘으면 난소의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기형 난자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 경우 다운증후군 같은 선천성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 있습니다.”



난임 부부에게 효과적인 치료법


만약 부부가 안 좋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피임 없이 꾸준한 잠자리를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인공수정이 불가피하다. 가느다란 관에 남편의 정자를 넣어 부인의 자궁 속에 넣어주는 이 방법은 자연 임신이 가능하므로 난임 부부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인공수정을 3번 정도 했음에도 효과가 없고, 산모의 가임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 시험관을 통해 체외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 


“초혼 연령이 늦어졌기 때문에 병원에 와도 부부의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가 많아요. 이때 기본적으로 하는 것은 남편의 정액검사와 부인의 나팔관이 잘 뚫려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치료법은 부부의 문제점에 따라 다양하고, 충분히 임신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요.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난임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되면 임신이 더욱 힘들어집니다. 또 병원에 다니는 분들은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 중요해요. 우리 병원 역시 부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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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기에 더욱 값진 보람


앞서 말했듯 산부인과는 비인기 분야로 치부되고 있다. 의료 수가에 비해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위험하고, 그에 따라 의료 소송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허걸 원장은 산부인과가 다루는 분야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뒤에 오는 보람 또한 크다고 한다.


“보통 분만을 할 때 7~80%는 자연분만을 하지만 나머지는 제왕절개 수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제왕절개 분만이 많은 분이 아시는 것과 다르게 아주 큰 수술이에요. 외과 수술이기 때문에 배도 많이 열어야 하고 출혈도 심하죠.” 


“또 제왕절개 분만이 결정되고 30분 이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유산할 확률이 높아요. 그 외에 응급수술도 많다 보니 의료사고가 가장 많은 분야가 바로 산부인과죠.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수술을 끝내고 건강하게 한 가정을 꾸린 모습을 보면 성취감이 큽니다.”



산부인과는 축복받아야 하는 공간


허걸 원장이 다른 불임 전문의랑 다른 점은 산모들의 분만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난임 부부가 임신이 성사되는 모습부터 한 가족 구성원이 태어나는 것까지 보게 되는 셈이다. 그는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부부가 자신의 도움으로 임신하고 아기를 낳고, 이후 둘째까지 낳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 산부인과 의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제 도움으로 ‘가족의 구성원이 튼튼해지는구나’라는 생각하면 행복하죠. 하는 일은 힘들지만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느끼는 것 같아요. 결국, 산부인과는 누군가의 인생이 시작되는 곳이고 축복받아야 하는 공간이에요. 계속 문제점을 개선하고 문턱을 낮춰서 여성들이 편하게 아기를 낳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죠.” 



포토그래퍼. 권오경 

상단 이미지. 게티이미지

촬영협조. 삼성미래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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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전문의가 말하는 ‘난임치료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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