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낙엽 내리는 가을 백년가약을 맺은 박소연, 변종윤 부부. 아직도 깨소금 냄새가 물씬 나는 이 부부에게 첫째가 찾아왔다. 첫째 태명은 ‘만복’. 12월 만복이의 출산을 앞두고 부지런히 가을을 즐기기 위해 잠시라도 떨어질세라 단단히 어깨동무하고 산책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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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울호수공원에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멋스러운 억새며, 가을빛을 닮은 붉은 나뭇잎들이며, 벌써 바스락거리는 낙엽까지 운치 있는 풍경들이 가득한 이곳은 박소연, 변종윤 부부의 오늘 데이트코스. 부부는 사춘기도 아닌데, 서로의 얼굴만 마주 보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오래된 우정이 사랑으로 변했다는 부부. 소연 씨의 아담하게 불러온 뱃속의 만복이는 둘에게 주신 하늘의 선물이다. 벌써부터 함께 만복이의 패션 코디를 점찍고 있는 알콩달콩 두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이들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12년 전에서 출발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었던 고등학교 2학년 소연, 종윤 학생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의 미술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등장하는 사랑의 메신저는 소연 씨의 친구. 소연 씨 친구가 다니는 학원이 마침 종윤 씨와 같은 학원이었고, 어느 날 소연 씨가 그 학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날, 드디어 역사적인 순간을 마주했다. 학원에 들어가려는 종윤 씨가 소연 씨를 보게 된 것이다. 종윤 씨는 소연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래도록 그녀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소연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연락도 자주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소연이의 반응은 그냥 늘 무덤덤했었어요. 사귈 수는 없었지만, 친구로는 남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힘든 일이 있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곁에서 힘이 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종윤)


바야흐로 시간은 흘러 둘 다 꽃다운 스무 살이 되었고, 종윤 씨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입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한 후, 늘 잊지 않고 있던, 잊을 수 없었던 소연 씨에게 연락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소연 씨의 번호는 그대로였다.


“종윤이가 군대 갔다 와서 연락을 하더라고요. 근데 너무 자연스럽게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같이 만나서 밥도 먹고, 시간을 보내곤 했죠. 하지만 그때도 연인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친구로서 너무 든든한 존재였죠.” (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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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옷에 관심이 많았던 종윤 씨, 당시 동대문에서 디자인에 대해 배우고 실무를 익히는 중이었고, 소연 씨는 시각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던 시기였다. 고등학교 때에는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어느덧 커서 둘 다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청춘이 되어있었다.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실무를 하면서 일본에 옷을 판매하게 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돈을 많이 벌었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수입도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그 길로 나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던 중에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고, 병간호를 위해 한참 하던 일을 전적으로 할 수는 없었죠.” (종윤)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종윤 씨, 하지만 그 시간도 얼마 안 가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시기를 보내면서 친구였던 소연 씨도 함께 걱정해 주고 많은 위로와 힘을 건네주었다.


“한참을 친구로 지내다 보니까, 옆에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되어 있더라고요. 이러다가 종윤이가 다른 여자를 만나서 친구도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소연)


오랫동안 소연 씨 곁에서 친구로 머물러 주었던 종윤 씨, 사실 그의 마음엔 언제나 소연 씨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었다. 드디어 그 진심 어린 사랑을 소연 씨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평생 서로만을 사랑하자는 약속했다.



좌충우돌 신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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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서 연인으로 바뀐 두 사람, 아직도 서로 쿡쿡 찌르고 하는 행동들이 영락없는 소꿉친구인데, 연애를 시작하면서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컸다. 어느 날 종윤 씨가 소연 씨를 데리고 친구가 하는 뮤지컬 공연 관람을 갔다. 재미있는 공연이 막을 내리고, 관람객이 극장을 퇴장해야 하는 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나가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갸우뚱하고 있는데, 종윤이가 무대 앞으로 나가더라고요. 그러더니 김동률의 ‘감사’를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고, 편지를 읽더라고요. 프러포즈였어요.” (소연)


무대를 채운 종윤 씨의 프러포즈 이벤트, 종윤 씨는 관객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이벤트를 준비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이벤트에 당황했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낸 소연 씨. 종윤 씨의 프러포즈는 당연히 ‘yes’를 가져왔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되기로 약속했다. 


친한 친구에서 연인, 그리고 부부가 된 두 사람의 맨 처음 신혼생활은 생각처럼 신나지만은 않았다. 워낙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터라, 과거에 있었던 사소한 기억들이 자꾸 즐거운 시간을 티격태격하는 시간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서로를 이해하는 포용력이 더 커지고 다시금 매일 커지는 사랑으로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관심사가 같았던 두 사람이었기에 결혼 후, 한동안은 각자의 일을 이어갔었지만, 얼마 전 뜻을 합해서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지만, 디자인 공부를 오래 했던 남편의 센스와 감각, 거기에 웹디자인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아내의 장점이 더해져 하루하루 더 발전해 나가고 있다. 

 

“저희는 이 일이 참 좋아요. 주변에서는 걱정도 많이 하시는 편이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우리 만복이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주어진 일에 열심과 최선을 다할 거예요.” (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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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를 기다리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만복이. 두 사람은 만복이가 생긴 것이 마냥 신기하고 좋다. 남편은 만복이가 예쁜 엄마를 많이 닮아야 한다며, 아내에 대한 변하지 않는 애정을 드러내고, 아내는 남편의 착한 성품을 닮아야 한다며 남편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만복이 태명의 뜻은 만 가지 복이라는 뜻이에요. 우리에게 복덩이이기도 하고, 태명이니까 사실 재미있고 복스럽게 짓고 싶었거든요. 만복이라는 이름을 부르거나 듣기만 해도 저희는 웃음이 나오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소연)


소연 씨는 임신하고 특별하게 입덧이나 다른 어떤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수월하게 임신의 시기를 이어가는 것이 참 감사하다. 그런데 어느 날 소연 씨가 딱딱한 복숭아가 너무 먹고 싶은 날이었다. 종윤 씨는 그런 아내를 위한다고 복숭아 한 박스를 사서 온 적이 있었다. 


“아주 비싼 복숭아를 사 왔는데, 말랑말랑한 복숭아였던 거예요. 저는 딱딱한 복숭아가 먹고 싶은데 말이죠. 평소에 먹고 싶다는 것도 없는데, 복숭아 하나 먹고 싶은 거를 왜 이렇게 취향도 모르고 사 왔나 싶어서 다시 바꿔서 오라고 했어요.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고, 먼 곳에서 사 왔는데 말이죠.” (소연)


종윤 씨는 말없이 복숭아를 다시 들고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두 번째 복숭아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소연 씨. 결국, 세 번째 복숭아를 맛있게 먹고 마음을 풀었다는 에피소드는 지금 꺼내서 이야기하다 보면 웃음만 나오는 즐거운 이야기이다.


“우리 만복이는 활발하고 밝은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점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잘 개척해 나가는 그런 독립적인 아이로 컸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것은 저희의 역할이겠지요.” (소연)


소연 씨의 말에 종윤 씨가 살짝궁 “난 운동선수 시키고 싶어…….” 라는 말을 흘린다. 다시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마침 서서울호수공원을 지나는 비행기를 따라 멋진 분수 쇼가 펼쳐진다. 늘 함께 있으면 웃음이 나는 사람, 그래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권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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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변종윤 부부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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