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은 부부의 삶에 있어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다. 처음으로 내 아이의 얼굴과 마주한 시간. 그 감동의 순간을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후기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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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아이는 나오지 않고


막달까지 출근과 씨름하고 있던 나는, 출산 예정일 3일을 앞두고 육아휴직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아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미처 다하지 못한 출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정일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예정일은 단지 예정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예정일을 지켜서 나오는 아기는 5%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우리의 아기를 약속된 예정일에 만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예정일 당일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렸지만, 늦은 저녁이 되어도 아이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크게 긴장하며 보낸 하루가 조금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결국, 예정일 다음 날이 마지막 검진일이었던 터라 41주째를 유도분만일로 결정하였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찾아온 소중한 아이의 탄생일을 의학적인 소견으로 결정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였으나,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유도분만일을 잡게 되었다. 


유도분만일까지는 4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어떠한 미동도 없었고, 연일 최고기온을 갱신하는 폭염은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하였다. 아마 지난 10개월보다 더 길었던 4일이 아니었던가 한다. 그렇게 결국 8월 11일에 유도분만일이 찾아왔고, 아이를 낳기 위한 단계들을 차분히 밟아나갔다.



유도분만을 시도하다


아기는 전혀 나올 기미가 없었음에도, 약품 투여 후 4시간이 지나자 슬슬 진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8시간 후에는 바깥세상을 향한 아이의 간절한 움직임이 느껴졌고, 이후 강렬한 통증에 몸부림을 쳐야 했다. 참고로, “나는 진통이 와도 어떠한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러한 다짐은 전혀 떠오르지도 않았다. 추후에 남편은 진통에 빠져있는 내 모습을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소녀와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너무 빠른 진행 속도와 제어되지 않는 내 몸 상태였기에,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시기도 지나버려 겨우 진통제에나 의지할 수 있었다. 고통이 멈춘 잠깐은 아마도 내가 거의 기절을 했거나 정신을 잠깐씩 놓았던 모양이다. 눈이 떠지지 않았고, 그때마다 간호사들이 계속해서 흔들어 깨웠다.


진통이 막바지에 이르자, 간호사 한 분이 “이제는 산모분 혼자서 해내야 해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아주 차분히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그 말이 참 무섭고 잔인하게 들렸다. ‘나만이 할 수 있다니……. 이 고통을 나만이 끝낼 수 있다니…….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누구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니…….’


하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어떻게 끝내는가의 문제이지. 나는 곧 분만대로 옮겨졌고 몇 번인가 힘을 주고 또 주어 고통을 끝냈다. 고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정말 신기했다. 그러고는 휴식과 같이 의식이 끊겼다. 잠시의 기절 상태에서 깨어나니, 담당 교수님이 환히 웃으시며 “최근 분만한 20여명의 산모 중에서 가장 훌륭하게 해내셨어요”라는 칭찬을 남기고 가셨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행복한 하루하루 아기와 함께한 지, 이제 1주일이 되었다. 하루가 어찌 지나는지도 모르게 지내고 있다. 행복한 하루하루지만, 왕초보 엄마에게 아이의 울음소리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 아이의 상태를 바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육아라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저 한고비 한고비를 넘기며 생후 8일째 된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무엇보다 웃음이 더 많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동안 아기는 잘 자주었다. 휴~!!)



이담이 아빠의 맺음말


제 아내 시경이가 3.25kg의 사내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합니다. 마음 써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의연하고 현명한 아내처럼 좋은 사람으로 키우겠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이 아이에게도 좋은 벗과 이웃이 되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름은 높고 맑게 살라는 뜻에서 '이담(而澹)'이라 지었습니다. 맑은 늦여름의 어느 오후, 큰일을 해내고 잠든 아내 옆에서, 대신하여 소식을 전합니다. 


글/사진. 이시경·고윤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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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이벤트) 이시경·고윤수 부부의 출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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