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한국인에게 김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너무 흔하고 평범해 수많은 반찬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김치 없는 한국인의 밥상은 상상할 수 없다. 숙성될수록 오묘한 맛이 나는 김치는 한국 대표 발효음식으로 맛도 맛이지만 건강식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항산화, 항노화, 항암효과는 물론이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그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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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서 나는 맛있는 소리


정가진 면역연구소의 정가진 박사는 유산균 김치냉장고 LG디오스와 함께 ‘유산균 소리 실험’을 진행했었다. 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톡톡’ 소리를 낸다는 것을 검증하는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술이 익을 때는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김치는 그 정도는 아니고 작은 소리가 나거든요. LG 디오스에서 김치가 익으면 소리가 나는지 묻더라고요. 김치가 숙성되면 탄산가스가 나오는데, 김치의 톡 쏘는 맛을 만드는 김치 유산균이 발효하며 증식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나게 돼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했어요. 너무 작은 소리라 녹음이 안 될까 봐 걱정했는데, 미세한 소리도 잡았더라고요.”


김치를 먹는 대부분의 이들이 막연하게 “유산균이 좋다”라는 것만 알지, 과학적으로 어떻게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편적인 예로 주부들이 김치를 담글 때도 김장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원리를 모르는 것이 부지기수. 


김치 유산균은 포도당, 과당 등을 먹고 김치 고유의 독특한 맛을 내는 여러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탄산과 함께 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탄산가스가 많이 발생하면 김칫국물에 탄산이 녹아들어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리가 많이 나는 것은 유산발효가 많아짐을 방증해 결과적으로 김치의 맛이 좋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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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원하는 유산균


정가진 박사는 우리나라 토종 김치에 있는 유산균에 집중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왜 하필이면 김치 유산균이었을까? 그의 전공은 면역학으로 양식장에서 키우는 송어의 병을 고치러 다니다가 송어에게 유산균을 먹이는 것을 보고 유산균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송어에게 먹이는 유산균은 일본에서 수입한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이 아닌가.


“송어를 양식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 어민들의 피땀을 일본인들이 다 가져간다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자존심 상해서 차라리 직접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왜 남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써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 김치에 유산균이 바글바글한데.” 


이때부터 정 박사는 김치 유산균에 유별난 애착을 가졌고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선재(仙才)인 인하대학교 한홍의 박사를 만나 ‘김치에서 나오는 유산균이 인체에 미치는 면역력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김치에는 수없이 많은 유산균이 있고 종류에 따라 효능이 달라요. 김치를 통해 항암 작용이나 콜레스테롤 흡수 저해, 다이어트 효과, 간 기능 개선 등 이미 다양한 효과가 입증된 상황이거든요. 이 때문에 김치 유산균 중 좋은 균종을 모아서 연구하면 사람의 체질과 질환에 따른 상품개발도 가능해요.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유산균은 기대만큼의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 정 박사에게는 그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식품을 사 먹지만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은 열 명 중에 한둘도 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섭취할 필요가 없는 식품을 비싼 가격에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요즘에 ‘먹는 화장품’이라고 판매를 많이 하는데, 콜라젠을 먹는다고 해서 얼굴에 콜라젠이 보충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런 것부터 개념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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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강한 김치 담그기 오래전부터 일본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를 모방해 마치 자신들의 것처럼 기무치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선보였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모든 책임을 일본에만 넘길 수는 없다. 그동안 얼마나 우리가 김치를 등한시해 왔었던가. 김치는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조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고수할 게 아니라 각 나라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 차별화해야죠. 각 나라 사람이 자주 먹는 채소로 김치를 담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우리나라 김치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김치 문화’를 판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주부들부터 김치의 우수성을 바로 알고, 제대로 김치를 담가야 할 터. 그 후 발효의 과정을 거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자연 발효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가진 면역연구소에서는 김치가 더 건강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식물유래 유산균 발효 분말-GB’를 상품화했다. 


식물유래 유산균 발효 분말-GB는 Leuconostoc kimchii MB1220, Leuconostoc citreum MB1221과 Lactobacillus plantarum MB01 등의 전통 김장 김치에서 추출 분리한 식물유래 유산균으로 최적 조건에서 발효해 유용한 발효 대사산물을 분말화한 식품이다. 이를 김치에 넣으면 발효 시간을 단축하면서 건강한 김치를 만들 수 있어 바쁜 현대인에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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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


정 박사는 20년 동안 유산균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외국의 경우 미생물자원은 국가에서 관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미생물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꼬집는다. 


“연구를 통해 좋은 균을 찾았다면 잃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한데, 종종 관리를 잘 못해서 잃어버려요. 예를 들어 같이 일하던 동료가 사정이 있어서 떠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사람하고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해도 똑같지는 않거든요. 미생물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학명이 같은 균이라고 해도 제가 발견한 것과 다른 사람이 발견한 것은 성격 자체가 달라요.”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체계가 미흡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최근 대학에서 미생물학과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그는 마음이 좋지 않다.


“앞으로 제 꿈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생물과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미생물 광복군 사관학교를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라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미생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거죠. 실제로 미생물은 폐기물에서 메탄가스와 같은 연료를 만드는 등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거든요. 이뿐만 아니라 의약품, 식품 같은 여러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최근 그는 유산균이 성인병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중이다. 좀 더 인간다운 삶, 건강한 인생을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 박사는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포토그래퍼. 한정구 

촬영협조 정가진면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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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진 박사, 김치 유산균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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