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얼굴 인식 시스템에 대한 연구부터 음식물 쓰레기 소멸기 개발, 치매 및 우울증 치료제 국제 특허 등, 김수동 박사의 연구 스펙트럼은 모든 과학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었으니, 바로 ‘사람을 위한 과학’이라는 점이다. 무엇을 하든 인간 친화적이어야 할 것을 강조하는 김수동 박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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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과학에 앞장서다


법무법인 한별의 상임고문과 전국과학기술정보협의회(KISTI/ASTI) 회장,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 공동대표, 아주대학교 분자과학기술학과 겸임교수 등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김수동 박사이지만, 그도 날 때부터 천재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강원도의 조그만 시골 학교에 다니며 태권도 선수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처음에는 태권도의 길을 걸어가려 했지만 뒤늦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운동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던 거죠. 그 때문에 급하게 공부를 시작했고 내친김에 ‘사람을 고쳐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시골 학교에서 운동만 했던 아이가 의대에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기에 약을 만들 수 있는 화학과에 진학했죠.”


태권소년이 전도유망한 과학자가 되기까지 ‘사람을 고쳐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에 진학한 화학과는 김수동 박사에게 많은 호기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어린 시절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던 그는 수많은 공부벌레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장학금을 독차지했다. 


졸업 후에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의약 연구소의 최연소 연구소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때는 불과 1990년대 초반으로, 우리나라 신약 개발이 막 빛을 보던 시기였다. 이로써 그는 국내 신약 개발의 초기 멤버이자 리더로 거듭나며 과학계에 몸을 담게 된 것이다. 


“제가 과학자가 된 것은 참 아이러니해요. 원래는 운동선수였다가 운동으로 성공할 수 없음에 의해 과학자가 됐죠. 공부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내가 이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 일을 하다 보니까 과학이 공부를 잘하거나 똑똑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큰 애정과 열정이 과학적 발견을 유도해내는 것이지, 천재적인 머리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현대 과학 기술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삶이 과학 없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현대 과학은 인간의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김수동 박사는 방대한 현대 과학의 시장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IT, BT 기술 등을 으뜸으로 꼽으며 인간 친화적인 휴먼테크놀로지를 강조했다.


“예컨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산소입니다. 하지만 산소가 과량으로 들어가면 활성산소라는 것이 나오게 되면서 결국 노화를 촉진하는 등 악영향을 미쳐요. 활성산소가 때로는 나쁜 세균도 잡아주지만 과하면 인간에게 해롭기도 한 거죠. 과학도 그런 겁니다. 지나치게 과학이 앞서 가면 그 부작용이 만들어집니다. 과학은 시대 상황에 맞게끔 인간 친화적인 발전이 요구되는 것이지, 과학만을 위한 발전은 요구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이로운 과학을 우선시해야 하죠.”


김 박사는 의학의 발전 방향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추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학의 발전이 단순히 인간 생명을 연장해주는 수단이 아닌, 연장된 수명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박사의 연구는 의학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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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아닌 사람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다


김수동 박사는 ‘앞서가는 과학자’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뇌 과학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뇌졸중이나 치매 등 뇌 질환에 직접적으로 투입하는 약물을 개발하기도 했고, 암 진단이 가능한 항체를 찾아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금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중견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제가 다행히 정부 기관 미래부에 과학 기술 자문 위원을 맡고 있거든요. 또 창조경제 마을 위원회 위원으로서 정부가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제도를 만들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로펌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작은 기업들이 법률적 서비스를 부담 없이 받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아이디어가 도용당하지 않고 특허권을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것들을 제가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는 거죠. 문화, 예술, 스포츠, 미용 등을 과학이라는 것들 안에 같이 녹여낼 수 있는, 그 안에 가장 큰 존재가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일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김수동 박사는 일찍이 우리나라에 펜션을 도입한 개척자이기도 하다.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저서 중 는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가 처음 국내에 알리고자 했던 펜션의 개념은 ‘힐링 타운’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원래 펜션은 대체의학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이었어요. 제가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힐링 타운에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프랑스어 ‘팡시온’을 영어식 발음으로 바꿔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고 그에 대한 법률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과학은 결코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수동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나는 공부를 못했던 사람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한민국 과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독창적인 학습 방법이 아닐까. 그는 과학이 무조건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현재 학교에서 과학을 너무 어렵게 가르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사실 조금만 틀어서 보면 더 깊이 있게 가르칠 수 있는 원리들인데 말이죠. 저는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예컨대 상대성이론이라는 것도 사실은 너무나 쉽거든요. 근데 그것을 너무 어렵게 가르쳐서 지금 내가 공부를 한 건지, 공부가 나를 장악한 건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이 큰 문제에요.”


대학 시절 영어에 취약했던 그는 ‘영어는 전부 찍는다, 대신 나머지는 다 맞히겠다’라는 마음으로 공부했고, 실제로 시험을 보면 영어 외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그가 과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몰두했던 수학, 물리, 화학 과목의 공부 방법은 또래들이 흔히 하는 암기식 학습과는 분명 달랐다고 한다.


“수학, 물리, 화학부터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으로 이어지는 논리 같은 것들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다 묶일 수 있어요. 중·고등학교 때 수학, 화학만 잘해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과학 교육의 혁신적 변화에요. 대학을 다닐 때 물리학책이나 화학책을 보면 노벨상을 받았던 수식이나 이론들이 나와요. 저는 거기에 집중했고, 그때부터 노벨상의 꿈을 키웠어요.”


김수동 박사는 과학이 몇몇 머리 좋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과학을 특수한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는 것이다. 과학의 가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스파 또는 마사지 등이 결코 의료의 하위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 몸과 결부되는 미용은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하이테크놀로지에 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상위 과학은 ‘얼마나 인간에게 접근했는가’예요. 얼마나 인간적이냐가 가장 최상의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인식이 우리나라에서 하루빨리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어요.”


포토그래퍼. 권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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