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진다고 한다. 아이들은 없고 노인 인구만 늘어나는 세상. 미래가 없는 국가와 사회. 탄생의 희망보다는 죽음이 주류가 된 시대가 온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국가라는 정체성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들이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산장려의 현장, 그중에 한곳을
탐방해 보았다.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의 꽤 커다란 규모에 잠시 놀랐다. 안내를 보니 지하 2층, 지상 5층 전관을 쓰고 있었다. 1층 어린이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모와
관련된 시설들로 산후조리원을 중심으로 클리닉과 운동실, 교육실과 다양한 부대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구립 수준의 기초 자치구로는 전국 최초로 세워진 산모건강증진센터라고 한다. 규모와
시설 면에서 뛰어났다.
산모들을 위한 원스탑(one-stop) 시스템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는 저출산 관련 출산 장려 정책에서
우수사례로 뽑힌 곳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송파구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하여 2014년 개관하였는데, 안정적인 운영으로 주민 호응도가 꽤 높다고
한다.
센터 내 산후조리원은 여타 민간 혹은 병원 부설
조리원에 비해 시설이나 서비스 면에서 높은 수준이며 그에 비해 낮은 가격을 받고 있다. 예약자가 밀릴
정도로 구내 주민들에게 호응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센터가 훌륭한 것은 임신에서 출산 이후까지
관리할 수 있는 산모들을 위한 ONE-STOP 시스템이다. 임신여성이
출산까지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곳에서는 그 과정에 대한 관리와 가이드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기본 검사는 물론이고 산모에 필요한 교육도 잘
정비되어 있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산후조리원에서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 출산 이후에는 모유수유나 가족들이 같이 양육하는 법에 대한 프로그램들이 갖춰져 있었다.
임신과 출산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관리나 시스템이 없다는 것에 항상 힘들어한다. 안내서나 동영상들이 나와 있고, 민간 병원에서도 안내하지만, 그것을 종합적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곳은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산모나 가족들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이중 삼중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공공서비스로 출산장려의 길을 열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 부동산의 폭등으로 인한 내 집
마련의 어려움, 사회 진출과 만혼의 증가, 맞벌이 부부의
출산 후 육아에 대한 부담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비용과 책임에 대해 그다지
절실함이 없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불만이 정부와 지자체로 향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의 안전망을 지켜내야 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보다도 재원 마련이 힘든데, “송파구는 타구에 비해 넉넉하지 않으냐”라고 맘스 클리닉의 신윤희
주무관에게 물었다.

“우리
기관이 외부에 많이 알려져서 타구나 기관에서 벤치마킹을 많이 오세요.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고충은, 이렇게 독립된 건물과 시설로 시작하기 너무 어렵다 보니 기존의 시스템에 같이 묶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거예요. 최근에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자치구별로
산후조리원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는데, 관심은 많지만 운영에 대한 실제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거죠.”
송파가 타구에 비해 지원이 많긴 하지만, 단독 사원의 40여 개 산전·산후
프로그램을 매일 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맘스 클리닉의 경우,
8명 정도의 직원이 있다고 한다. 간호사와 운동 클리닉 지도사, 영양사, 산부인과 의사 등을 포함하고 산후조리원의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민간
산부인과에서 일해 봤는데, 전 이런 공공서비스가 너무 바람직하고 보람이 돼요. 이곳에 오면서 산모들에게 양질의 무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모유
수유를 지속적으로 저희 센터와 구내 기관에 홍보하고 그것을 통해 산모와 신생아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보람되고요.
맞벌이 산모를 위해 조부모님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해요. 주말에는 산모와 남편이 함께 와서 같이 교육받기도 하는데,
교육을 받은 가정은 모유 수유나 그 밖의 육아에 대해 어렵지 않다고 말씀해 주세요”
출산장려, 먼 곳에 있지 않다
센터를 돌아보니,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땀 흘리며 건강을 찾아가며 산모들, 쿠킹클래스를 통해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며 미소 짓는 산모들, 그림 수업을 통해 진지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산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왜 진작 이런 기관이 설립되지 않았는지’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고
했을 때, 본 센터를 모델로 삼아 지자체와 중앙정부, 그리고
기업이 하나로 묶여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산모건강증진센터가
생기고 송파로 이사 오고 싶다는 분들도 생기고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이 많아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고향이라는 개념이 없고 지역사회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어려운 요즈음, 젊은
부부들에게 이러한 생활 밀착형 기관들, 특히 사회 저변을 떠받치는 출산장려와 관련된 기관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국가의 정책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이런 생활밀착형 기관들이 계속 생겨난다면 세금 내는 보람이 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담론이 사라지고 로컬 개념의 생활형 문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요즈음,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처럼 산모를 위한 원-스톱 기관의 성공적인 운영이
바람직해 보였다. 더불어 한 사람의 일생이 지역사회에서 해결되어 애착심을 가지게 되는 생애 주기별 원-스톱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포토그래퍼. 윤동길
촬영협조.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