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서울시가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UN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저출산의 심각성과 맞물려 세대 간의 소통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시니어 세대들의 소외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계할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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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휘경동 소재의 한 카페를 찾았다. 컴퓨터 동호회진클릭정기모임이 있는 자리. 50대 중반부터 80대 후반까지 중·장년층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임이 생긴 지 3년 차,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기본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전형을 보여준다.

 

 

포토샵의 여왕, 영상편집의 황제, 둘이 합쳐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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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백합 윤상분 할머니

 

올해 77세의 윤상분 씨는 본명보다백합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한다. 백발의 고운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시종일관 웃는 모습으로 수업에 적극적이다. 컴퓨터를 배운 지 10년 차로 회원들의 정보망으로 통한다.

 

사실 제가 백발이 되도록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건 더 없었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컴퓨터 하는 걸 보니까 너무 재밌겠더라고요. 모르니까 오히려 용기가 나는 거 있죠. 그렇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열 번, 백 번씩 따라 했어요. 그러니까 되더라고요. 재미가 있으니까 계속 배우게 되었어요.” (백합)

 

백합 윤상분 노트북 작업.jpg

 

인터뷰 내내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윤 씨는 GTQ 포토샵 자격증이 있고 일러스트 프로그램도 능숙하게 다룬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활용 능력도 뛰어나고 이동 중에도 태블릿PC를 통해 정보를 검색·수집한다.

 

백합 윤상분 까페 작업.jpg

 

컴퓨터를 알게 된 게 참 행운이에요. 지금도 학원에 다니며 계속해서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프로그램이 다 영어여서 하나도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제가 정말 ABC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영어 공부도 따로 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관련된 공부를 함께 시작해요.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저 자신이 뭔가 배우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백합)

 

윤 씨는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노트북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에디터가카톡이나 SNS를 잘 하느냐고 물었더니그건 기본 아니냐며 씩 웃는다. 카페나 블로그를 운영하느라 시간이 모자란다고 한다. 물론 디자인부터 운영까지 모두 윤 씨 혼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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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호담 이은중 할아버지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88세의 이은중 씨가 에디터에게 슬쩍 스마트폰을 내밀며 자랑을 시작한다. 이은중 씨의 닉네임은호담이다.

 

이은중, 한훈 스마트폰으로 정보검색.jpg

 

이것 좀 봐봐. 내가 요새 파워디렉터라는 프로그램으로 동영상 편집을 하고 있거든. 사진 촬영한 거 하고 동영상 캡처 뜬 거 편집해서 우리 외손주에게 보냈더니 난리가 난 거야. 88세나 된 우리 할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느냐고 말이야(웃음).” (호담)

 

이 씨 주변에는 이제 남은 또래 친구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친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대해서 거의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 씨는 디지털 기기로 작품 만드는 것을 즐긴다. 이 씨가 보여준 또 다른 화면에는 꽃 사진을 찍어서 편집하여 올린 게시물들이 있다. 게시물의 댓글 반응이 뜨겁다.

 

지금도 시간 나면 좋은데 다니면서 사진 찍어와. 꽃 사진도 찍고, 풍경 사진도 찍고. 그걸 컴퓨터로 편집하고 스마트폰으로 카페나 블로그에 올리고, 카톡으로 보내고. 재미있지. 이거 솔직히 장관들도 못하고 배웠다는 나이 먹은 분들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다 놀래. 주변에 친구들하고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이야기하면 통하는 녀석이 없어. 그러다 보니 말이 통하는 젊은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더라고.” (호담)

 

 

내가 바로 카페지기, 파워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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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중반 레간자 한훈

 

백합과 호담 씨보다 다소 젊은 68세의 한훈 씨(닉네임레간자’). 한 씨는 개인사업을 운영하며 취미로 산악회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산행을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산악회 카페와 유투브 등에 올린다. 그렇게 제작한 동영상이 40여 개에 이르는데 자막과 효과 등의 스킬이 수준급이다.

 

조카 결혼식을 촬영해서, 웨딩 사진과 함께 편집해서 사돈어른께 선물로 보내드렸어요. 사돈 쪽에서는 당연히 젊은 전문가가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보냈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는 거예요. 본인은 컴퓨터의자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돈은 이런 걸 할 줄 아느냐며 무척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제가 여기저기 카페에 많이 가입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워낙 게시물을 많이 올리니까 나가라는 분도 있어요. 그래도 재밌어요. 저희 산악회 카페, 블로그 다 제가 운영해요. 산행 공지도 모바일로 다 보내고요(웃음).” (레간자)

 

한 씨와 같은 회원들의 왕성한 활동에 힘입어 그보다 젊은 50대 회원들도 함께 힘을 얻는다. 나이는 정말 숫자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들이다. 배우고 익혀서 자신이 행복하고 타인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 세대인 것이다. ‘진클릭회원들은 DSLR 카메라와 SNS 활용은 기본이다. 정부기관의 공개입찰이나 비즈니스 툴을 직접 다룰 줄 아니 사업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새로운 문화에 대해 거부감 없이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한 활력소가 된다.

 

 

디지털은 청춘을 돌려주는 소통의 도구

 

윤상분, 이은중, 한훈 스마트폰으로 어플리케이션 설치 및 활용.jpg

 

진클릭회원들이 처음부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잘 다룬 것은 아니었다. 배우는 과정도 젊은 사람들과 달리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즐거움이었노라 입을 모아 말한다.

 

정말 오랜 친구인데 만나면 답답해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거든요. 그리고 가만히 보면 삶에 낙이 없어요. 자신에 대한 발전도 없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배워야 하는 거예요. 이렇게 배우다 보면 나이라는 게 무색해져요. 여기 계시는 호담님도 친구처럼 느껴지거든요.” (백합)

 

진클릭 회원들에게 요새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서 대화도 하고,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소통한다고 이야기한다.

 

낼모레면 90세인데, 주변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 이곳에 와야 정말 진실한 만남이 되는 거야. 다들 날 친구로 대해줬으면 좋겠어. 나이가 무슨 문제겠어? 우리 외손주하고도 매일 카톡하고 사진 보내면서 놀아.” (호담)

 

기기만 잘 다룬다고 해서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내에서의 매너나 기본적인 저작권 사항 등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50대 후반의 닉네임동광회원은 저작권 때문에 낭패를 봤던 사연을 꺼내놓았다.

 

“한 번은 다른 블로그에서 시 한 편을 퍼 와서 제 블로그에 올렸는데, 난리가 난 거예요. 퍼 온 곳에서 저자 이름을 빼서 올렸다고 고소한 거예요. 그것 때문에 며칠 곤욕을 치렀어요. 맘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되는 거구나라는 걸 배운 거죠. 그때부터 가급적 제가 직접 찍거나 만들어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뿌듯함을 느끼고 디지털 세상의 룰도 알아가게 되었죠.” (동광)

 

진클릭 정기모임 단체1.jpg

 

진클릭 회원들의 담소는 저녁 식사가 나오고 나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평소에 온라인에서 꾸준히 소통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만나는 정모에서도 어색함이 없다. 진지하게 경청하고 공감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한다.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들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초고령사회가 오고 있다. 모든 시니어들에게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에 대한 시니어들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 책임을 시니어들에게 미루기 전에 젊은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같이 공유하고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나 기업에서도 구체적인 교육 플랜을 짜서 운영해야 한다. 시급한 문제다.

 

 

포토그래퍼. 윤동길

장소협조. 카페 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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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뽀샵하기 딱 좋은 나인데!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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