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3-24(금)
 

매일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주어진 환경은 똑같아도 그 일상을재미있게사는 이들과재미없게사는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든 해를 살아오며 그 해답을 발견한 노학자, 이근후 교수를 만났다.

 

_MG_6725.jpg

 

이근후 교수는 50여 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지내며 정신과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고, 사이코드라마 치료법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일들을 해왔다. 정년퇴임 후, 아내 이동원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교육, 봉사 등을 통해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저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세상을재미있게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에 대한 인식이 재미있는 삶을 이끈다

 

북한산이 깨끗하게 올려다보이는 맑은 날, 평창동과 삼청동의 중간쯤 자리 잡은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찾았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이근후 교수에게는 활기가 느껴졌다.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재미있게 살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삶이란 어떤 것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내가 재밌으면 되는 겁니다. 재미있는 삶은 먼저라는 존재에 포인트를 맞춰야 합니다. 나의 재미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객관적으로 보면 돈이 많고 유명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사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돈이나 명예는 그저 재미없는 삶의 무게일 수도 있어요. ‘재미있는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되지 말아야 합니다.”

 

이근후 교수의재미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현대인들은보다사회가 요구하거나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을 생각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맞추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더 나은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사회에서 제시된 대로 살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나중에 성공해도 재미없이 살 수밖에 없어요. 자신의 재미를 찾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재미의 기준도 내가 되어야 하고, ‘재미를 누리는 사람도 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럴 때 세상에 역동하는 모든 것들이재미있게 여겨질 수 있어요.”

 

123.png

 

 

타인의 소중함을 인식하라

 

재미있는 삶에 대한 첫 번째 단계인에 대한 인식은나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되었다. 재미있는 삶을 위해서 사랑할 이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자신이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에 따라 재미와 행복의 수위는 다르기 마련이다. 내가 즐겁고 재미있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며 사는가가 그 수위를 조절한다. , 나를 사랑하는 것은이기적인 것과는 달라야 한다.

 

재미있는 삶을 위한 두 번째 단계는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며 사는 것입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 당면한 문제에서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해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멀리서 객관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은 일방적인 생각만 하게 되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 사람을 헤아리는 방법을 자신만의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직장인들이 재밌는 삶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 보고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은 삶을 재미없게 만든다. 상대방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헤아림으로 내가 얻게 되는 기쁨이 있다. 내 희생이 다른 이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쁨이 그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돌아갑니다. 나이가 지긋이 들었을 때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야기인데요. 노년의 시기에 자기 몫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건강도 챙겨야 하고 밥도 자신이 차려 먹을 줄 알고요.

 

노년에 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1단계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입니다. 노년에 다른 사람만 챙기다가 오히려 자신이 망가져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노년기에 맞게 자신의 몫을 다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변해가는 세상에 자신을 적응시키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살 때 재미있게 살 수 있지요.”

 

_MG_6756.jpg

 

스마트에이징을 위해 필요한 것

 

어릴 때는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흐르지요. 노년이 되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릅니다. 촌음을 아껴서 살게 만들지요. 지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자전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나이를 잘 먹는 것은 주어지는 즐거움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어떤 연령대에나 그때에 맞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정년퇴임을 준비하며에이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근후 교수, ‘스마트한 에이징을 위해 다른 연령대의 즐거움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세대 차이를 무시하지 않고 세대 차이가 주는 즐거움마저 느끼는 것이 재미있는 삶이라고 말한다.

 

“‘지식이라는 것은 복잡하고 세월이 지나면 변하는 것입니다. ‘지식에만 매달리는 삶은 과거에 집착하게 만들고 재미없게 만듭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죠. 반면에지혜라는 것은 단순한데, 나한테 주어지는 상황에 최적의 상태로 적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지요. 지식과 지혜만 구분해도 굉장히 즐겁게 살 수 있을 겁니다. 가령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사는 사람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456.png

 

이근후 교수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지혜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남이 좋아하는 얼굴을 만드는 무분별한 성형보다 어떻게 타고났든 간에 재미있는 구석을 찾아 내가 가진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지혜로운 삶이라고 말한다. 상업적인 논리에 따라가지 않는 굳은 심지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갑이 되던 해부터 5년 동안 NGO로 가족아카데미아를 만들어 퇴임 후의 생활을 미리 연습해 보았습니다. 퇴임하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재미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간 교육과 상담을 해왔으니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지식을 얻고 어려움을 풀어나가게 되길 바랐습니다. 퇴임과 동시에 사단법인을 만들어 사회교육과 보육원 봉사, 네팔 봉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계속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현재 공익 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며 보람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근후 교수. 그의 책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제목을매일매일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현재형으로 바꾸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의 바람이 현실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_MG_6683.jpg

 

이근후 교수 연구실 한쪽 벽에 특이한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의 돌들이 담긴 액자이다. 산을 좋아해 매년 에베레스트에 가고 있으나,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해 후배들이 선물했다는 액자이다. ‘이야기에 밝은 웃음이 새어 나오는 이근후 교수. 노학자의 웃음이 청춘과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재미있게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토그래퍼. 권오경

전체댓글 0

  • 8542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근후 교수의 ‘스마트에이징’,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사는 법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