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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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친분이 있는 타 매체사의 편집장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한탄이 쏟아진다. 오프라인 매거진 발행에 주력하던 회사에서 최근 온라인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업무가 배로 늘었다는 것이다.

 

오늘도 편집부원들을 모아놓고 부서 인원만 해도 몇 명인데, SNS 게시물의 좋아요는 왜 항상 3~4개에 머무느냐고 핀잔을 늘어놨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이기가 업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필자가 느끼는 어려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출근하면 먼저 드는 생각이 ‘SNS에 뭐라도 하나 올려야 하는데…’이다.

 

그에 반해, 디지털 문명을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3의 인생을 살아가며 소외된 소극적인 삶이 아닌 적극적인 생활 태도로 노년기를 보내는 이들을액티브 시니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디지털 문명을 자유자재로 다루는디지털 액티브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이라는 세대 간의 격차에 막혀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자아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재밌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고 이모티콘으로 현재의 감정을 표시한다.

 

사실 무슨 일이든 늦게 시작하면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로 체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약해진다. 하지만 3월호디지털 액티브 시니어취재에 응해주신 노인분들 중에청춘의 뜻에나이를 거론하는 분은 없었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청춘은열정도전또는삶의 의지에 대한 문제였다. 백발의 청춘이 존재하는가 하면 20대의 노년도 존재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자포자기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불평만 늘어놓는 젊음을청춘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2013년에 타계한 일본의할머니 시인시바타 도요는 92세에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하여 98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을 펴냈다. <약해지지 마>는 일본에서만 160만 부가 넘게 팔린 초 베스트셀러가 됐다.

 

죽기 2년 전인 2011년에는 자신의 100세 생일을 기념해서 <100>라는 두 번째 시집을 펴냈는데, 사전 주문만 30만 부가 넘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은 대체로 불행했고 시집은 평범한 언어로 쓰여 있다. 하지만약해지지 마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그녀의 말에 많은 이들이 용기와 힘을 얻었다.

 

노년을 자아 완성의 마지막 과정으로 생각하고 계속 배워가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젊음의 샘을 가지고 사는 청춘이 아닐까. 3월호에 게재된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들 역시 청춘은 고여 있는 샘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 흐르는 냇물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인가에 열중해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들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람이청춘을 산다는 것이다. 어차피 나이 먹는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 두려움에 멈춰있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고 즐기라는 것이다.

 

뒤늦게 스마트폰을 구입한 필자의 어머니 핸드폰에서는 수시로 단톡방의 카톡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슨 이야기들이 오가나 하는 궁금증에 어깨너머로 살펴보면, 대게 자연과 꽃을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가까이하려 노력하는 호기심과 열정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삶의 즐거운 부분들을 공유하며 공감하고 위로하며치유받는다.

 

디지털은 활용하기에 따라 세대 차이의 증거가 아닌, 세대를 이어주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취업난으로 청춘을 잃고, 초고령사회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에도 디지털 액티브 시니어들의 호기심 가득한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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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라이센스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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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말) 유 여사의 카톡에는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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