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6(수)
 

영화 <내부자들>은 개봉 당시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리기도 했고,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와 영화의 짜임새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진짜 흥행 요인은 한국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신분상승과 그 덧없음을 통쾌하게 묘사해낸 때문이 아닐까? 본격 정치영화라기보다는 불황과 사회불안이라는 양날의 검에 당하고 있는 국민의 분노가 표출된 수작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는 말도 많고 비능률적인 것 같지만 새로운 인재가 지속적으로 지배계층에 편입되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예전에 중국 역사를 공부하면서 참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이 있었다. 제국의 전성기가 100년이 넘지 않는 것이다. 진시황제의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했지만, 진시황제가 사망한 후부터 삽시간에 몰락한다.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한 수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의 경우, 국가의 수명은 오래갔지만, 그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원나라 역시 칭기즈칸이 엄청난 영토를 확보했지만, 전성기는 100년을 넘지 않았다. 청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그런데 국가의 몰락을 보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간신이다. 권모술수에 능한 간신들이 나라를 지배하게 되면서 몰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이들은 통치 엘리트에서 배제된다.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파레토는 엘리트의 타락을 통해서 국가의 존망을 설명한다.

 

 

통치 엘리트와 비통치 엘리트


포스터001.jpg

 

파레토는 모든 사회는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대통령후보, 재벌회장, 신문사주간, 검사는 엘리트다. 그들과 비교할 때 일반시민들은 비엘리트다. 파레토는 노력만으로 엘리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타고난 정신적, 심리적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엘리트의 자질이 있다고 해서 그 자식들, 그 손자들도 엘리트의 자질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엘리트는 자신의 자녀가 엘리트의 자질이 없더라도 지위를 유지하게끔 폐쇄적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질이 있는 비엘리트가 지위에 오르지 못하게 차단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대중을 경멸한다. <내부자들>에서 이강희(백윤식 분)가 대중은 개, 돼지라고 말하는 것 같이 말이다. 그런데 엘리트가 순환되지 못하고 자질이 없는 무늬만 엘리트가 지위를 유지하다 보면 통치능력이 저하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


내부자들016.jpg

 

그런데 파레토는 사회를 엘리트 계급과 비엘리트 계급(대중)으로 나눈 후 엘리트 계급을 또다시 통치 엘리트와 비통치 엘리트로 구분한다. 통치 엘리트는 국가의 통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 분)와 재벌회장 오회장(김홍파 분)은 통치 엘리트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강희(백윤식 분)는 그들을 위해서 일을 꾸미지만, 아직은 비통치 엘리트에 불과하다. 그는 언론인이라는 비통치 엘리트에서 총리, 장관 같은 통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 온갖 비열한 일을 도모한다.

 

검사인 우장훈(조승우 분) 역시 그러하다. 그는 경찰이라는 비엘리트였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었기에 경찰로서는 엘리트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검사가 되어 엘리트 그룹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족보가 없기 때문에 통치 엘리트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 분)라는 통치 엘리트를 잡아서 자신이 통치 엘리트가 되는 기반을 쌓고자 한다. 장필우(이경영 분)가 술자리에서 자신이 젊어서 어떻게 부패한 고위 선배 검사를 체포했는지 얘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장필우(이경영 분) 역시 기존의 통치 엘리트를 공격하면서 새로운 통치 엘리트 자리에 오른 것이다.

 

 

통치 엘리트가 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론


내부자들006.jpg

 

엘리트 자질이 있는 이들이 통치 체제에 편입되지 못하면 분노가 누적된다. 그들은 대중을 선동한다. 그들이 노조의 지도자가 되면 경영진과 싸우게 된다. 진입이 차단되어서 엘리트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능력은 엘리트보다 못할 것이 없다.

 

좋은 집에 태어나서 자질이 없어도 자리에 오른 이들 중에는 오히려 비엘리트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엘리트의 자질이 있음에도 엘리트가 될 수 없는 이들은 대중을 위해서 반항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 대중은 명분일 뿐이다. 사실은 자신이 통치 엘리트가 되고 싶은 것이다. 우장훈(조승우 분)이 그러하다. 때로는 엘리트가 되지 못하고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안상구(이병헌 분)가 그러하다. 잔인하고 공격적이지만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사람을 이끄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이 가난하게 자란 그는 엘리트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범죄자가 된다.

 

만약에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는 임꺽정이나 장길산 같은 의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론에 따르면 능력이 없는 엘리트 계층이 능력 있는 엘리트로 교체되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지게 된다. 프랑스, 러시아의 절대왕조가 무너진 것도 지배계층이 무능력하고 부패하였는데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아서다.

 

민주주의 국가는 말도 많고 비능률적인 것 같지만 새로운 인재가 지속적으로 지배계층에 편입되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에 독재국가는 일시에 무너진다. 시리아가 무너진 후 IS가 지배하게 된 것 같이 말이다.

 

<군도> <내부자들>의 평행이론


군도_포스터.jpg

 

나는 내부자들을 보면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가 떠올랐다. 군도에서 조윤(강동원 분)은 지주인 양반의 서자로 태어난다. 그는 엘리트 계층에 속하기 위해서 무관이 된다. 하지만 무관이라는 한계, 서자라는 한계 때문에 통치 엘리트가 되지 못한다. 그는 통치 엘리트가 되기 위한 수법을 바꾼다. 농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땅을 빼앗은 후 그들을 거의 노예처럼 부려서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가 된다.

 

<내부자들>에서 오회장(김홍파 분)이 장필우(이경영 분)와 이강희(백윤식 분)를 마음대로 부리듯이,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조윤(강동원 분)이 마을수령과 관군을 마음대로 부린다. 그런데 <내부자들>에서는 엘리트-비엘리트(대중)간의 기본적인 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장훈(조승우 분)이 무능력하고 부패한 엘리트 장필우(이경영 분), 오회장(김홍파 분), 이강희(백윤식 분)를 제거한다. 그들이 제거된 자리를 보다 나은 다른 엘리트가 차지하면서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엘리트-비엘리트 간의 순환이 차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란이 일어난다. 땡추(이경영 분)는 지적능력이 있고 계획력이 있다. 두목인 대호(이성민 분)는 리더십이 있다. <내부자>에서 조폭 두목 안상구(이병헌 분)가 그러했듯이 대호 역시 통치체제에 편입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대중을 이끌고 반란을 시도한다. 반란이 성공하면 그들이 통치 엘리트가 될 것이다. <내부자들> <군도: 민란의 시대> 사이에는 이렇게 묘한 평형이론이 펼쳐진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두 영화 모두 제작과정에 쇼박스가 관여하고 있다.

 

현실적이고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 <내부자들>


성난변호사_포스터.jpg

 

내부에 들어가서 상대방을 방심하게 한 상태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은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진다. <성난 변호사>도 그러했다. <내부자들>에 미래자동차 오회장이 존재했듯이 <성난 변호사>에는 제약그룹 조회장(장현성 분)이 등장을 한다. <내부자들>에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이 등장하고 <성난 변호사>에는 변호사 변호성(이선균 분)이 등장한다. 둘 다 법조인이다.


내부자들019.jpg

 

<내부자들>에서는 우장훈(조승우 분)이 내부고발을 한 후 검사를 포기하고 변호사로 개업한다. <성난 변호사>에서는 변호사 변호성(이선균 분)이 내부고발을 한 후 로펌에서 쫓겨나 변호사로 개업한다. <내부자들>에서는 방계장(조재윤 분)이 검사를 돕고, <성난 변호사>에서는 박사무장(임원희 분)이 변호사를 돕는다. 누가 주체가 되어서 계획을 만드는가는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억울하게 갇힌 범죄자가 존재한다.

 

<내부자들>에서는 조폭 두목 안상구(이병헌 분)가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으로 하여금 내부에 침투하도록 계획한다. <성난 변호사>에서는 변호사 변호성(이선균 분)이 억울하게 갇힌 경호 직원 김정환(최재웅 분)에게 자신의 내부 침투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두 영화는 플롯 상에서는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내부자들>의 캐릭터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치밀하다. 거기에 영화 완성도의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성난변호사>는 변호성(이선균 분) VS 조회장(장현성 분)이 단순한 선악 구도로 대결한다. 그런데 <내부자들>에서는 캐릭터가 훨씬 더 현실적이다. 재계, 정계, 언론계, 세 개의 악의 축을 대표하는 세 명이 등장한다.

 

그들이 추구하는바, 처한 입장은 같은 듯 다르다. 중간에서 모든 일을 계획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언론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등장하는데 백윤식이 최고의 명연기를 펼친다.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측으로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과 안상구(이병헌 분) 두 명이 등장한다.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의 동기 중 하나는출세. 또 다른 동기는 자신의 야망을 좌절시키는 파워 엘리트 체제에 대한울분이다. 안상구(이병헌 분)의 동기는개인적 복수. 이렇게 현실적이면서 잘 짜인 캐릭터를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연기한다.

 

 

영화를 빛낸 배우들의 캐미


포스터002.jpg

 

영화 <타짜>(2006)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백윤식과 조승우는 <내부자들>에서는 적으로 만난다. 그런데 평경장과 고니였을 때와는 또 다른 캐미를 보여준다. 우장훈(조승우 분)이 이강희(백윤식 분)를 심문하는 장면은 <내부자들>의 모든 주제가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보여진다매우 보여진다를 가지고 하는 수사학적 대화는 백윤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명연기다.


포스터004.jpg

 

이병헌의 복수 연기는 과거에 <달콤한 인생(2005)>에서 두목에게 버림받은 조폭 선우가 펼쳤던 액션복수에 드라마 <올인>에서 김인하가 펼친 지적복수를 합친 연기였다. 액션과 성격표현을 동시에 하는 배우란 영화계에서 확실히 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포스터007.jpg

 

그리고 최근에 거의 개근상을 찍듯이 모든 영화에 등장하는 이경영이 위선적인 정치인 역할을 깔끔하게 연기한다. 전라노출 연기를 마다치 않는 열정을 보인다.


포스터010.jpg

 

그리고 영화계 개근상에 도전하는 또 다른 배우가 있으니 이병헌의 지시를 받아서 작전하다가 적발되어 죽을 고생을 한 박종팔 사장 역할을 한 배성우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나열하면 <베테랑>, <특종: 량첸살인기>, <더 폰>, <오피스>, <빅 매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신의 한수>, <인간중독>, <몬스터> 등등이다. 이쯤 되면 인간이 아니다. 로봇이 아니라면 감당할 수 없는 스케줄이다. 어쩌면 아바타가 동시에 여러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본다.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천만 배우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정치영화의 뿌리는 그리스 비극

 

정치영화의 뿌리를 거슬러 가면 그리스 비극에서 시작된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은 지금에 와서 보면 분장이며 무대부터 현재와 관련이 없는 과거다. 하지만 그리스 시대에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보았다고 가정하자.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무대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관객들은 흥분하고 슬퍼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역시 정치가 가장 주된 소재다.

 

<햄릿>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당한 왕자의 복수극이다. <오셀로>는 전쟁에서 거듭된 승리를 거둔 비엘리트 무어인이 장군이 되면서 귀족의 딸과 결혼해서 통치엘리트가 되었다가 무너져 내리는 스토리다. 맥베스는 왕족이 아닌 이가 왕위를 찬탈하는 쿠데타 영화다. 그동안 로만 폴란스키, 구로자와 아키라와 같은 거장의 손길을 거쳐서 영화화되었다. 최근에는 저스틴 커젤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아르, 엘리자베스 데비키, 숀 해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개봉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을 기반으로 한 영화 중에서 <리처드 3>는 시대배경을 1930년대 영국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안 맥컬런이 독재자 리처드 3세 역을 맡고 아네트 베닝이 엘리자베스 여왕역을 맡았다. 비통치 엘리트 리처드 3세가 권모술수를 통해서 왕위에 올랐다가 비엘리트인 민중 리치몬드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서 비참한 최후를 맡는다.

 

기억에 남는 정치영화의 고전

 

쿠데타를 다룬 현대영화로는 <파워 플레이>가 기억에 남는다. 쿠데타 입문서(Coup d'État: A Practical Handbook. 1968)라는 전문서적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Power Play>(1978)에는 정권을 잡고자 하는 3명이 등장하는데 명배우 피터 오틀(Peter O'Toole), 데이빗 헤밍스(David Hemmings), 도널드 플레젠스(Donald Pleasence)가 각각 주연을 맡았다.

 

누가 과연 승자가 될지 예측 불가능한 파워게임이 펼쳐진다. 특히 마지막 반전이 끝내준다. 쿠데타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못하다가 김영삼 정부 때 국내 개봉이 되었다. 군사정권의 쿠데타 주체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지면서 개봉 자체가 화제가 되었다.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년에 개봉한 정치영화의 고전이다. 영화는 워싱턴 정치권을 풍자한다. 상원의원이 임기 중 숨을 거두자 주지사가 갑작스럽게 후임자를 물색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용하기 편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정치라고는 모르는 소년단 지도자 제퍼슨 스미스를 상원의원으로 지명한다. 워싱턴의 기존 국회의원들은 대놓고 스미스를 조롱한다. 하지만 그는 불의에 맞서 자신의 법안을 지키기 위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의회에서 24시간 의회 발언을 하다가 쓰러진다. 필자는 정치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때 이 영화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었다.

 

유럽 영화 중에서는 <마지막 황제>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가 대표적인 정치영화다.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스트 정권이 영화의 배경이다. 파시스트가 되어서 권력에 접근하던 주인공이 파시스트 정권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몰락하는 내용이다. 통치와 민중 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는 <당통>도 잊을 수 없다.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이다.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당통역을 맡았다.

 

절대왕정이 무너진 후 누가 통치를 할 것인가를 두고 혼란이 벌어진다. 로베스피에르는 최하계층을 등에 업고 공포정치를 펼치려고 하고, 당통은 부르주아의 지지를 받으면서 관용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당통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민중이 공포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서 로베스피에르도 체포되어 사형당한다.

 

 

비뚤어진 정치판, 짐승의 역사

 

국내에서는 군사정권의 영향으로 정치영화는 터부시되던 소재였다. 유신정권 치하에서는 현 정권을 비난하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암시되면 상영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독과 배우가 곤욕을 치르고는 했다. <서울무지개: 1989>는 그런 점에서 정치권을 부정적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였다.

 

유라(강리나 분)는 스타가 되고자 하는 배우지망생이다. 권력이 있는 어르신이 스폰서가 되면서 유라(강리나 분)는 스타가 된다. 그런데 어르신은 그녀의 모든 생활을 통제한다. 그런 생활로부터 탈출하고자한 유라는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 이후 김현명 감독, 정보석, 이영하 주연의 <서울의 눈물>을 비롯한 정치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내부자들008.jpg

 

영화 <내부자들>의 영어 제목은 <Indise men>이다. ‘내부자 고발이라고 할 때 쓰이는 의미에서의내부자. 하지만 내부자들이라고 하니까 단수가 복수가 되면서 또 다른 의미가 연상된다. ‘외부자들은 모르는 정보를 내부자들은 지니고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부자들끼리 권력을 나누고, 내부자들끼리 이익을 나눈다. 파워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부자들은 이너서클(inner circle)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너서클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국민들은 절망한다. 그러다 보니 <암살>, <베테랑>과 같이 이너서클을 비판하고 복수하는 영화가 성공하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헬조선에 대한 분노를 카타르시스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매트릭스> 역시 변형된 정치영화다. 내부자들이 외계인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정치투쟁 하는 대신 혁명을 꿈꾸는 것이다. 파워엘리트들은 본인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항상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자들007.jpg

 

하지만 아무리 강하고 똑똑한 주인공도 결국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이기지 못하듯이 대중의 힘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마르크스는 정치에 있어서무엇을 말하느냐보다누가 얘기하느냐를 봐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을 구속하려고 한다. 그리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둔한 엘리트의 생각보다 국민은 항상 더 현명하고 강하다.

 

흑백 이미지.png

 

 

칼럼니스트 최명기 정신과전문의

정신과전문의,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저서 <시네마테라피>, <걱정도 습관이다>

BEST 뉴스

전체댓글 0

  • 1615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칼럼) 통치자가 되기 위한 몸부림, 내부자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